시모음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_ 칼릴 지브란

구구 0 307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을 접대하지 말라
절반만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침묵을 선택했다면 온전히 침묵하고
말을 할 때는 온전히 말하라
무엇인가를 말하면서 침묵하지 말고
침묵하면서 말하지 말라
받아들인다면 솔직하게 표현하라
감추지 말라
그리고 거절한다면 분명히 하라
불분명한 거절은 나약한 받아들임일 뿐이므로

절반의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말고
절반의 진실을 믿지 말라
절반의 꿈을 꾸지 말고
절반의 희망에 환상을 갖지 말라
절반의 물은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하고
절반의 식사는 배고픔을 채우지 못한다
절반만 간 길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며
절반의 구상은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그대의 다른 절반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그대
그대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절반의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
그대가 하지 않은 말이고
그대가 뒤로 미룬 웃음이며
그대가 하지 않은 사랑이고
그대가 알지 못한 우정이다
도달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것이고
일했지만 일하지 않은 것이고
참석했지만 결국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그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대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고
그들을 그대에게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절반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그대는 할 수 있다
그대는 절반의 존재가 아니므로
그대는 절반의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존재하는
온전한 존재이므로

- 칼릴 지브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류시화 옮김)


가장 나쁜 사랑은 절반만 사랑하는 것이고, 가장 불행한 사랑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가장 무의미한 명상은 절반의 마음만 앉아 있고 절반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지루한 삶은 마음 밑바닥에서 잠든 채 반쯤 깨어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반의 의욕만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예언자>의 시인 칼릴 지브란(1883~1931)이 쓴 시다. 레바논 베샤레 마을의 삼나무 계곡에서 태어나 뉴욕 맨해튼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다가 독신으로 생을 마쳤지만, 그의 정신은 일생 동안 삶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추구했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 순간과의 결혼이다.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고 온전히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의 영혼을 해방시킨다.

세계적인 작문 지도 교수 나탈리 골드버그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고 말했다. 그것은 모든 일에 해당된다. 뼛속까지 느끼고, 뼛속까지 사랑하고, 뼛속까지 경험하는 것.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순간들은 그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부재하는 이 삶을 견디고 있는가. 이 지상에서 무엇인가에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마음을 쏟아 어떤 일을 할 때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우리 존재에 대해 갖는 기쁨이다.

글 _ 류시화

출처
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posts/9205032113880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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