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_딜런 토머스

구구 0 303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노년은 날이 저물 때 타올라야 하고 열변을 토해야 한다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현명한 자들은 끝에 이르러 어둠이 순리인 줄 알지만
자신들의 말이 어떤 번개도 치지 못했기에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는다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칠 때 자신들의 연약한 행위가
푸른 바닷가에서 밝게 춤출 수도 있었음을 한탄하며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한다

자유로운 자들은 날아가는 태양을 붙잡고 노래했으나
태양은 간다는 슬픈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는다

심각한 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눈이 멀지만
멀어 버린 눈도 유성처럼 불타며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한다

그러므로 당신, 나의 아버지여, 그 슬프고 높은 곳에서
부디 당신의 뜨거운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라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시라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하시라

- 딜런 토머스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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