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나는 생명굿에 참석해 무엇을 느꼈을까?

마음밭 0 360
다녀온 후 개인적으로 적은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가슴차크라의 통증이 심해지면서, 생명굿을 소개받고 곧바로 접수를 하고 하면서도 겹쳐진 일들 때문에 12월 24일에 가야하지 않나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9일 밤, 급기야 차 안에서 몸이 경직되고 마비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방전된 밧데리때문에 차가 움직이지 못해 긴급출동을 부르고 하는 난리를 겪고난 후에야 당장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꽉 찬 찌꺼기들이 목 밑까지 차 올라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려가는 내내 차 안에서 비명을 질러대며 나는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것을 계획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못했고 어떤 곳일지, 어떠한 일이 펼쳐질지 내가 무엇 때문에 비명을 질러대는 것인지도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내 안에 가득 차 넘실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감정과 예민해진 감각들과 이리 저리 한꺼번에 섞여 떠오르는 기억과 생각들에 압도되어 어디든 달려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런 상태는 거의 한 달간 계속 되고 있었고, 과도하게 예민해지고 한꺼번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생각, 느낌, 기억들이 내게는 미칠 것 같은 복잡함과 혼란스러움이 가중되어 남들이 보기에는 정신병자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이러다가 미쳐버리겠구나라는 느낌으로 다가왔고 짐승이 쫒기고 있는 듯한 두려움과 복잡함에 몸, 마음이 지쳐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굿판에서 나와 아이, 그리고 전남편, 남친의 이야기등이 막상 펼쳐지게 되면서 나는 당황했고 왜 이런 것을 하는 것인지, 허무하고 답답함과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 남친과의 관계를 캐려하나라는 마음이었고 분명히 미국에서 만난 미국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는 중요한 주제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전 남친이 왜 중요한 거지?하는 반발심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아이의 이야기와 전남편의 이야기로 넘어가 전남편이 교정을 하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장면을 내가 재연하는 것에서는 전남편이 그렇게 나에게 이야기했던 것을 나는 꼼짝없이 강압으로 느끼고 있었구나, 그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채로 얼어붙어있었구나하는 것이 느껴졌고 그 때부터는 분석이나 그런 것을 전혀 할 새가 없이 단지 느낌으로 모든 장이 펼쳐졌다.

여러 명이 나와서 나를 찌르고 때리고 밀치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 때 최헌진 샘이 "어린 시절에도 그랬을거야, 어린 시절로 들어가 봐"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시절.... 잿빛으로 기억되는 그 시절..... 내가 떠올리는 어린 시절의 장면들에 대한 나의 토막토막난 회고들이 눈을 감고 떠올려진 이후, 재현하듯 갑자기 내 목을 조르고 누르고 짓밟는 것들이 느껴졌다. 나는 그 때처럼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꼼짝할 수 없이 나를 찍어누르는 것에 압도되어 그 때 당시 기절했던 것처럼 내가 축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 어머니, 때리고 나를 벌거벗겨 내쫓던 모든 기억들....

그러나 정작 터져나온 것은 분노가 아닌 안타까움의 절규였다. 그렇게 살리려했지만 허망하게 떠나버린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갈구했지만 받지 못했던 것과 내게 미안하다라고 했어야지하는 절규가 계속 터져나왔다. 나는 사랑해, 미안해...라는 말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잔인하게 대우받으면서도 용서했던 그녀가,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썼던 그녀가 그렇게 떠나버린 게 너무 미안하고 원통하고 아프게 남아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게 나한테 못되게 굴었으면,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야지... 그렇게 가버리면 안되지....

나는 그녀에게 화가 났던 것이 아니다. 나는 그녀가 가버린 것이 너무 슬프고 외롭고 내가 돕지 못했던 것이 절망스러웠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재현했을 때 내가 보자마자 나타냈던 모습은 그를 껴안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화가 났던 것이 아니다. 무섭고 바보같이 무능력한 그였지만, 나는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고, 정작 내가 화가 난 것은 그러한 운명이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것이었다.

원죄처럼 무겁게 나를 찍어 누르는, 발버둥을 쳐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 압도되어지는 느낌과 무력감.... 죽어라 애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갑갑함과 미칠 듯한 분노... 그 것이 나의 마음 깊은 부분에 있던 나의 좌절과 분노와 답답함의 뿌리였다.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단단히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듯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애를 썼다. 나를 놀리고 조롱하는 듯한 운명에 이를 갈고 소리와 비명을 질러댔다. 온갖 생각나는 욕을 하고, 교묘히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나를 놀려대는 듯한 나의 운명과 고통, 죄책감들에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며 발을 굴러댔다.

내 마음 깊숙히 있던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러면서도 그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더 나아가 나의 운명을 해결하고 끊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규가 터져나왔다.

"왜 죽어라고 해도 안 되는 거야? 왜? 왜?"

그 말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고, 내 안의 두려움을 일으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도록, 차라리 가만 있는 쪽을 선택하도록 나를 밀어붙였던, 반복되어 끝이 나지 않는 것 같던 답답함, 좌절감의 실체였다.

용서함, 용서받음.... 그리고 받아들임....

고통도 나의 아픔도 슬픔도, 나의 이런 모습도, 이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듯 싶다.

노력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라는 것... 신의 섭리가 어떠한 것인지를 감히 알거나 짐작하려 할 필요가 없이 오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이고, 요청하고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것일뿐이라는 것.... 그 깊은 느낌이 가만가만 몸에 젖어온다.

수 없이 펼쳐지는 시간과 공간의 다양한 흐름 속에서 깊은 인연으로 생명굿과 연결되어, 넘지 못하고 아파하던 내 안의 많은 모습들을 직면하고 깊이 침잠되어 있던 것들을 펼쳐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진다.

아직도 내 안에는 꿈틀거리고 있는 여러 다양한 모습들이 있지만, 손도 못대고 있던 큰 숙제 하나를 조금이라도 손 대고 풀어내기 시작한 듯한 안도감과 그렇게 숙제를 시작한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앞으로도 숙제를 계속 잘 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처음의 남친에 대한 도입 작업이 왜 필요했었는가, 그 것을 왜 하려 하셨는가, 남친에 대한 나의 기대와 열망이 무엇이었는지, 그 것이 닿지 않는다 느꼈을 때 내가 얼마나 차갑게 돌변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면서 다시금 나의 깊은 열망과 그 것이 채워지지 않을 때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도와주신 최헌진 선생님, 이끌어주신 선생님,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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