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차가운 햇살 담은, 바람 불어 좋은 날에

uniquemoon 1 390
시월 생명굿에 다녀왔다. 여러 해 전 뫔굿마당을 처음 왔던 때가 기억난다. 싸이코드라마 강의를 듣다, 한국에서 진짜 디렉팅을 하시는 분은 최헌진샘 한 분뿐이시다는 말을 듣고 멀리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갔다. 당시 최헌진 신경정신과 의원 건물 2층, 비좁은 계단과 뚫려나간 벽을 보고 겁이 났었다.  몽둥이로 의자를 두들기고, 장구를 치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생명굿은 친절하지도 편들어주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하고 나면 달라진다. 언제나 '구걸하는 년'이 아니면 '텅 빈 년'이라고 욕만 먹고 오지만 어디에서도 받지 못한 위로와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반성을 하게 된다. 마음이 심란해지면 칠이 벗겨진 비좁은 그 계단을 다시 오르고 싶어진다. 아이 기르기 싫을 때, 남편이 미워질 때, 바람 피고 싶을 때, 남 탓하고 싶을 때, 어떻게 살지 막막할 때에 그러하다. 주인공이 되면 남 탓 아닌 내 탓이오, 본질이 아닌 허영에 집착하는 나를 제대로 보게 된다. 최헌진선생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그래서 힘들 때 마다 찾아뵙고 제대로 혼구녕 나고 올 수 있길 소원한다.

Comments

초록잎
동감합니다. 저도 생명굿으로 생명력을 더 얻어가곤 했어요.~~

게시판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